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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느끼는 좋은 집짓기 '신경건축학'을 아시나요? <동아일보>

작성자
millgram
작성일
2019-07-01 00:23
조회
2945
동아일보에 따르면, 최근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이란 색다른 학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경과학이 발달하면서 공간에 뇌가 어떤 반응를 보이는지 분석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뇌과학자뿐 아니라 건축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업무나 학습 효율, 행복감을 높여 주는 윤택한 공간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신경건축학은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2015 신경건축학연구회 컨퍼런스'에서 건축가와 의사, 뇌과학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신경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교환했다.

주변 환경을 개선해 심리적 안정을 꾀하려는 연구는 과거에도 있었다. 벽지의 색깔, 창밖 풍경 등이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심리학자 조앤 메이어스레비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가 '천장 높이에 따라 소비자의 의사결정 성향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2007년 미국 '소비자연구저널'에 발표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건축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건물 내에서 길을 찾기 쉬운 동선,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시선, 의사소통을 활발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무공간 등을 고려해 왔다.


* 중국 필립비슬리 건축설계사무소가 설계한 설치미술 전시공간 '착생 식물의 봄'(좌),
파란색은 사람을 차분하게 해 준다고 알려져 있다(우)

그러나 신경건축학은 이런 경험적인 사실에 앞서 인간의 뇌 활동을 직접 관찰해 건축의 근거로 삼는다. 뇌 혈류량을 측정하는 기능적 자기공명(fMRI), 뇌파를 측정하는 뇌전도검사(EEG) 등 신경과학 분석기술을 주로 활용한다. 해외에서는 피실험자에게 가상현실(VR)장치를 이용해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도록 하면서 뇌영상을 촬영하는 등 다양한 빙법을 동원하고 있다.

신경건축학은 자폐증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정신질환자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에스터 스턴버그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IMH)박사와 매슈 윌슨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는 2006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셀'에 발표하기도 했다.
자페증 자녀를 둔 건축가 조명인 밀리그램 대표는 이 날 컨퍼런스에서 "자폐 아동들은 예민해서 잠을 잘 못 자는데 벽지를 분홍색으로 바꿔 줬더니 금세 잠이 드는 것을 체험했다."며 '경험적인 효과를 광범위한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신경건축학 연구에 대한 각계의 협력과 투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이 알려지면서 최근엔 병원설계에도 신경건축학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소아,여성 암센터 리모델링을 진행했던 노미경 위아카이 대표는 "병원을 가고 싶은 공간, 편안한 공간으로 바꾸는 데 신경과학 지식이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분야에 신경건축학을 적용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신경과학회(SfN) 본사 건물은 신경건축학 실험 연구를 바탕으로 리모델링 했다. 지난 달에는 신경과학자 비토리오 갤리즈 이탈리아 팔마대 교수와 건축 설계사무소 '티아크(TArch)'가 크라우드 펀딩 신경건축 공간 만들기 캠페인 '방:보이드로 가득찬 공간'을 시작하기도 했다.

신경건축학은 미국 건축가 화이트 로우가 처음으로 출범했다. 2003년 미국 건축가협회(AIA) 샌디에이고 분과에서 '건축을 위한 신경과학 아카메미(Academy of Neuroscience for Architecture, ANFA)'를 결성했다. 미국 정식학회의 지회 성격인 셈이다. 매년 정기 컨퍼런스와 포럼을 진행하고 공동연구, 교육세미나 등도 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구심점이다. 정교수는 소셜마다어 등으로 주변에 신경건축학을 알려오다 2011년 신경건축학연구회를 결성했다. 회원수만 1년 사이 150명이 넘었고 지난해에는 첫 컨퍼런스까지 개최했다. 매주 셋째주 토요일마다 각계 사람들이 모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한다.
신경건축을 간판으로 내건 건축설계사무소도 생겨났다. 회사의 이름은 '마인드브릭'으로 연구회 회원인 조성행 대표가 지난해 설립했고 국내 과학자들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재승 교수는 "한국은 아파트와 교실 등 획일적인 공간에 익숙해져 있지만, 이제 신경과학은 뇌가 그 공간들을 어떻게 느끼는지 연구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며 "신경건축학이 '좋은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15 신경건축학ㅇ녀구회 컨퍼런스에 참석한 조성행 마인드브릭 대표(왼쪽),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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