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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아들을 향한 엄마의 움직임(하) <미디어생활>

작성자
millgram
작성일
2019-10-14 00:13
조회
1376
조명민/밀리그램디자인 대표

자폐성 아들의 감각적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에 20대 초반의 동기생들과 함께 건축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가 40대를 코 앞에 둔 나이었다. 건축의 기초적인 것을 배우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 졸업 논문을 쓰면서 아들의 환경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자폐성 장애에게 미치는 물리적 환경요소를 생각하고 그에 관련된 선행 논문을 바탕으로 실제로 치료실 환경을 바꾸고 전과 후에 어떻게 느끼는지를 자폐성 장애아동을 관찰하고 있는 선생님이 설문지에 답하도록 했다. 졸업하면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지만 나에게는 어떤 의문점도 해결되지 않았다. 고민 끝에 사회복지 대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짧은 사회복지 대학원에서의 수업은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자기결정권이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아들의 의사를 물어보려고 하지 않았다. 왜냐면 대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려 하지 않았을까? 내 아들을 차별하지 말고 기다리고 배려해 달라고 하면서 엄마인 나 스스로 아들의 한계점을 만들어 놓고 ‘넌 거기까지…’라는 차별을 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과제가 생겼다. 어떤 방법으로 아들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을까? 문제 해결의 방법중 하나가 뇌파검사였다. 환경을 제시해 두고 뇌파를 찍는 방법으로 색체, 조명의 조도, 조명의 색 온도에 관련된 결과를 얻기도 했다. 결과에서 흥미로운 것은 연구의 시작은 감각이 예민하거나 둔감한 특성을 가진 자폐성 장애, 지적장애, 비장애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결과를 얻었다.

결과를 얻을 때마다 따라오는 의문점은 꼬리를 물었다. 감각이 예민하거나 둔감한 특성을 가진 자폐성 장애인이 편안한 공간은 누구나 편안한 공간이라는 뜻인데 왜 누구나 유니버설 디자인에는 신체장애인에 대한 경사로, 자동문 등이 대부분이고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걸까?

복지관의 실내 설계를 하던중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긴장과 두려움이 조금씩은 있다는 것을 느끼며 모든 복지관을 똑같이 만들 수는 없지만 사인물의 그림은 통일시킬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복지관을 가도 같은 사인물의 그림이 있다면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해소되고 복지관의 많은 문들을 모두 열어보는 일이 덜 생기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발달장애인이 알아 보기 쉬운 AAC(보완, 대체의사소통)를 적용한 픽토그램 개발을 했다.

2019년 올해는 심리재활치료실(스누젤렌실) 설계를 하던중 모든 제품이 독일에서 수입한 제품이라는 것을 알고 한국인에게 맞는 제품과 간편한 A/S, 저렴한 가격으로 국산화하여 대중화를 시키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생전 처음 해보는 제품개발을 하고 있다.

스누젤렌(SNOEZELEN)은 영어 동사 ‘선잠(snooze)’과 ‘꾸벅꾸벅 졸다(doze)’가 합성된 단어이다. 편안한 소리, 은은한 빛은 시상하부의 변연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분을 좋게 느끼게 하고 맥박의 안정과 심장순환기의 변화가 발생하며 감각의 상태를 편안하게 해준다. 또한 스누젤렌을 이용하면서 소리, 촉감, 향기, 시각 등의 다양한 자극의 경험으로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연계가 활성화된다.

http://www.imedia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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