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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시각 공해'..사용자 중심 '가이드라인' 시급 <데일리팝>

작성자
millgram
작성일
2018-09-28 17:15
조회
2037
우리나라의 경제는 치열함 속에 있다. 이웃나라보다 잘 살아야 하고 다른 지자체보다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야하고 옆 가게보다 나은 홍보 전략을 세워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더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 길거리에 쏟아내는 색채들로 인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
시각 공해의 주범은 '옥외 광고물'이라 할 수 있다.
옥외 광고물은 종류도 다양하며 건물에 부착된 간판과 같은 고정광고물, 현수막이나 벽보 등을 부착하는 게시광고물, 일시적으로 게시하는 유동광고물 등이 있다.
이런 홍보물들은 상상만 해도 휘황찬란한 색채가 연상이 된다.
첫 번째로 '간판'은 광고 전달을 목적으로 설치되는 시설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보다는 무슨 광고인지 알기 어려울만큼 화려한 것이 많다. 이렇게 되니 무분별한 색채로 어떤 것이 경고 사인인지도 구분하기가 어려워서 공공 시설물의 사인은 무색해지기 마련이다.
둘째는 '현수막'이다. 현수막은 색채의 가시성, 가독성, 주목성, 판독성이 우선돼야 하지만 육교나 가로수 사이 불법으로 설치된 현수막들은 때론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한 아동이 현수막 끈을 못 본 채 뛰어가다 목에 걸려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고, 지난 3월에는 올림픽대로에서 고가도로 난간의 대형 현수막이 운행 중이던 관광버스 앞 유리로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무리한 시각자극이 인사 사고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입간판, 춤추는 인형, 에어 간판 등과 같은 '유동광고물'과 '불법 유해광고물'들은 보행에 방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운전자의 시선을 분산시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또 관리소홀로 광고물이 파손된 채 거리에 방치되는 경우도 많아 도시경관을 훼손하는 흉물로 전락하기도 했다. 아이들도 다니는 길에 보기 민망할 정도의 광고물도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시각 공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단속이 아니라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관리해 불법광고물 근절하고 내용구성, 사용색채, 글자크기 등을 유니버설을 고려한 사용자 중심에서 규정한 '광고 디자인 가이드라인'의 규제 단속이 시급하다.
특히 색채는 시각을 통해서 느껴지는 것이 모든 감도의 90%나 차지할 정도로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색채계획은 조심스럽고 중요한 일이 됐다.
실제로 런던 템즈강의 블랙프라이어 브리지(Blackfriars Bridge)라는 자살의 다리로 불리는 검은색 다리의 명소가 있었으나, 녹색으로 칠한 후부터는 자살률이 3분의1로 감소했던 일이 있었다.
또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 브리지(Golden Gate Bridge) 역시 자살의 명소인데 특이한 것은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는 것이다.
물론 꼭 다리의 색만이 자살하려는 사람의 생각을 바꿔 놓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검은색은 마음을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색이고, 빨간색은 사람의 행동을 충동시키는 색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색채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인생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목숨을 좌우 할 수도 있는 무분별한 색채 공해에 무방비로 당하고만 있어도 될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주)밀리그램 조명민 대표


무분별한 간판(좌), 정리된 간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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